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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문화의 시간여행

단체 관광객 전용 식당의 정체: 왜 메뉴는 늘 같았을까?

by 이_뚜뚜 2025. 7. 9.

1. 관광버스와 세트로 움직이던 식당 시스템

(키워드: 단체관광식당, 전용식당, 관광코스식사)

1990~2000년대까지 단체 관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전용 단체식당’을 이용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버스가 특정 관광지에 도착하기 전, 가이드는 항상 말했다. “점심은 근처 OO가든에서 해결합니다.” 이 말은 곧 관광 패키지에 포함된 식사 코스가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이런 식당들은 대부분 주차장이 넓고, 수십 명의 인원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도록 테이블이 일괄 배치돼 있었다. 특히 관광버스 기사와 식당 간 제휴, 혹은 여행사와 식당 간 계약을 통해 손님을 유치하는 구조였다. 버스가 식당에 도착하면 이미 상이 거의 차려져 있었고, 음식은 반찬 6~7가지와 함께 된장찌개 or 불고기 or 백반이 기본 메뉴였다. 이런 형태는 빠른 회전율, 인원 대응, 낮은 단가 유지라는 목적에 맞게 설계된 결과였다. 관광객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품기도 했지만, 일정상 대안이 없었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단체 관광객 전용 식당의 정체: 왜 메뉴는 늘 같았을까?

2. 늘 똑같은 반찬: 메뉴의 획일화는 왜 일어났나

(키워드: 단체식당메뉴, 획일화, 저비용고효율식단)

단체 관광 식당에서 자주 나오는 메뉴는 전국 어디든 비슷한 틀을 따랐다. 콩나물무침, 오이무침, 김치, 두부조림, 김구이, 멸치볶음에 된장찌개나 제육볶음이 함께 제공되며, 특별한 경우엔 오리불고기나 고등어조림이 곁들여졌다. 이처럼 메뉴가 획일화된 이유는 명확하다. 식자재 원가 절감조리의 효율성 때문이다. 수십 명이 동시에 입장해서 30분 안에 식사를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는, 메뉴 선택의 자유가 있을 수 없었다. 미리 만들어놓은 반찬을 테이블에 나눠놓고, 메인 메뉴만 따뜻하게 데워 제공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었다. 조미료와 양념의 표준화를 통해 음식의 맛도 무난하게 맞췄다. 여행의 주요 목적이 식사가 아닌 ‘관광’에 있을 때, 식당은 그저 기능성 공간일 뿐이었다. 이렇듯 메뉴의 반복은 불성실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시스템의 최적화에서 비롯된 현상이었다.

 

3. 기사님 밥상과 ‘서비스 방’의 존재

(키워드: 기사님전용식사, 관광식당문화, 서비스방)

관광버스 식당에서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운전기사와 가이드 전용 식사방이다. 일반 손님들은 넓은 홀에서 반찬 6~7가지 백반을 먹지만, 기사님과 가이드는 식당 구석이나 별도의 공간에서 훨씬 다양한 반찬과 고기, 찌개를 접한다. 일명 ‘기사님 밥상’이다. 이는 단순한 특혜라기보다, 버스 기사와 식당 간의 보이지 않는 계약 구조 때문이다. 기사나 가이드가 손님들을 특정 식당에 데려오면, 식당은 이에 대한 감사 표시 개념으로 좀 더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때로는 소주 한 병이 서비스로 오르기도 하고, 조용히 쉴 수 있는 작은 방이 따로 마련되기도 한다. 이런 공간은 보통 ‘서비스 방’ 또는 ‘휴게실’이라고 불렸고, 오랜 시간 운전하는 기사들이 쉼터로 활용하기도 했다. 손님 입장에서 보면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관광업계 내부의 관행과 상생의 한 형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4. 요즘은 사라진 풍경,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

(키워드: 단체식당의변화, 자유여행시대, 구조적한계)

오늘날에는 자유여행의 증가와 개별 맞춤형 여행 트렌드 덕분에 예전 같은 전용 단체식당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식당을 직접 검색해서 예약하거나, 현지에서 평점을 보고 선택하는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과거처럼 메뉴가 획일화된 단체식당은 선호도에서 밀리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수학여행, 공무원 연수단, 노인정 단체 관광 등에서는 비슷한 구조의 단체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단체를 수용할 수 있는 식당 자체가 제한적이고, 대량 조리와 빠른 회전이 필요한 경우 이 방식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음식의 질’이 아니라 이동형 관광 구조의 특성에 있다. 앞으로는 이런 식당들도 메뉴를 다양화하거나, 현지 재료를 활용한 특색 있는 메뉴 개발로 차별화할 수 있다면 단체식당도 여행의 재미 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 과거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지역성과 개성을 살린 단체 식당 문화로의 진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