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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문화의 시간여행

지금은 사라진 기념품 판매소 풍경

by 이_뚜뚜 2025. 7. 9.

 

– 단체관광과 함께한 '그 시절 감성 상점'을 돌아보다

 

1. 관광지 입구의 명물, 기념품 판매소의 전성기

(키워드: 기념품가게, 관광지상점, 단체여행문화)

1980~90년대 전국의 주요 관광지, 특히 설악산, 불국사, 제주도, 안동 하회마을 같은 곳에는
항상 입구 한켠에 자리 잡은 기념품 판매소가 존재했다.
이곳은 단체 관광객들의 ‘여행 필수 코스’였으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들르게 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당시 판매소는 소형 목조 건물이나 천막 형태로 꾸며졌으며,
기본적으로 수학여행·단체여행 전용 상품들을 중심으로 진열해 두었다.
판매소 안은 유리 진열장, 벽면 선반, 행잉 방식의 키홀더 전시대 등으로 구성돼 있었고,
수많은 이름표, 열쇠고리, 손거울, 엽서, 그리고 지역 특산물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이든, 친구와 함께 고른 장신구든
‘어디에 다녀왔다’는 증표를 사는 행위 자체가
여행의 중요한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던 시대였다.

 

지금은 사라진 기념품 판매소 풍경

 

2. 단체 손님 전용, 대량 패키지 기념품의 시대

(키워드: 단체관광기념품, 대량판매, 패키지상품)

기념품 판매소는 단체 관광객을 위한 패키지형 판매 전략이 주를 이뤘다.
예를 들어 ‘10명 이상 단체’에는 이름표 열쇠고리 + 엽서 세트 + 지역 특산 사탕으로 구성된
묶음 기념품 패키지를 미리 준비해두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판매소 운영자들은 학생 수학여행 일정에 맞춰 사전 주문을 받아,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춰 포장까지 끝낸 상태로 박스째 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량판매 시스템은 관광버스 기사나 인솔 교사와의 협력 아래 이루어졌고,
때로는 이용 실적에 따른 리베이트 문화도 있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처럼 판매소는 단순한 소매점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여행 문화의 일부’이자, ‘현장 비즈니스의 허브’였던 것이다.

 

3. 지역 특색 살린 진열 방식과 상품 구성

(키워드: 지역기념품, 관광상품디자인, 기념품진열법)

각 지역 판매소는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린 상품 구성을 갖췄다.
예를 들어, 경주는 황남빵 모양 열쇠고리, 제주도는 돌하르방 장식품,
속초는 오징어모양 부채, 부산은 갈매기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 등이 주를 이뤘다.

진열 방식도 지역별로 달랐는데,
어떤 판매소는 관광지 전경을 그대로 본뜬 입체 미니어처 지도를 설치하거나,
지역 사투리가 적힌 문구류를 전면에 내세워 관광객의 눈길을 끌었다.
‘경상도 사투리 사전 메모지’, ‘제주 방언 머그컵’ 같은 창의적 기념품은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졌다.

이런 구성은 단지 물건을 파는 수준이 아닌,
지역의 문화를 한 조각 담아내는 전략적 연출이기도 했다.

 

4. 소상공인의 일터이자 지역 공동체의 상징

(키워드: 관광상점운영자, 기념품판매소문화, 지역경제)

기념품 판매소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생계 수단이자 관광산업의 중요한 축이었다.
운영자 대부분은 해당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었고,
가족 단위로 운영하거나, 이웃이 교대로 가게를 지키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여름방학이나 가을 수학여행 시즌에는
지역 전체가 '기념품 시즌'에 맞춰 움직이는 느낌이 강했다.
재료를 준비하는 장인들, 포장을 맡는 이웃 상점, 버스기사와 교사들과의 사전 조율 등
하나의 작은 판매소를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의 유기적 협업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 기념품샵과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
자유여행 증가와 단체관광 감소로 인해,
이러한 ‘정겨운 상점 문화’는 빠르게 사라져갔다.

 

5. 기념품 판매소의 부활은 가능할까?

(키워드: 기념품재조명, 레트로관광, 감성여행트렌드)

최근 레트로 감성 여행이 다시 인기를 얻고,
SNS를 통해 ‘추억의 물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사라졌던 판매소 문화를 다시 살리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정선이나 전북 남원에서는
옛날 스타일로 꾸민 기념품 판매소를 운영하거나,
학교 교복 체험 + 수학여행 세트 기념품을 복원하여
추억 여행을 테마로 한 관광 상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물론 과거처럼 대규모 단체 관광 중심의 운영은 어렵겠지만,
‘기억을 파는 가게’로서의 감성 기념품 판매소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사라진 풍경을 단순히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으로 복원하고 재해석하는 시도
가 필요한 시점이다.

 

 

✍️ 마무리 한 줄 요약

단순한 가게가 아니었다.
기념품 판매소는 추억을 사고파는 작은 박물관이자, 지역 공동체의 한 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