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거리 열차 여행의 로망, 식당차
(키워드: 열차 식당차, 새마을호, 식사 문화)
한때 열차 여행의 상징 중 하나였던 식당차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추억이 되었다. 1980~90년대만 해도,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같은 장거리 열차에서는 객차 중간에 식당차가 연결되어 있었다. 식당차는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열차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테이블마다 흰색 천이 깔려 있었고, 좌석은 고정된 의자가 아니라 흔들의자에 가까운 형태였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감상하며 비엔나소시지, 카레덮밥, 함박스테이크 같은 메뉴를 먹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벤트였다.
승무원이 수기로 주문을 받고, 좁은 주방에서 뚝딱 만들어내던 따뜻한 식사는 비행기의 기내식과는 또 다른 온기가 있었다. 또한 당시 여행객들에게 식당차는 단순히 먹는 곳이 아니라, 소통의 공간이었다. 일면식 없는 사람끼리도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지금의 열차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하지만 철도 운영 효율과 인건비 문제, 이용객 감소 등의 이유로 2000년대 중반부터 점차 폐지되었고, 이제는 특별열차나 관광열차를 제외하면 식당차를 찾아보기 힘들다.
2. 도시락의 시대: 승강장에서 사던 추억의 한 끼
(키워드: 역사 도시락, 추억의 간식, 승강장 판매)
식당차가 없는 열차에서는 자연스럽게 도시락이 열차 간식의 대명사가 되었다. 1980~90년대에는 각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역사 도시락이 유명했다.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역 앞에서 도시락을 든 아주머니들이 외치는 “도시락 있어요~”라는 소리는 어린이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그 도시락은 보통 알루미늄 박스에 김치, 계란말이, 제육볶음, 멸치볶음 등이 담겨 있었고, 보온은 되지 않았지만 그 나름의 정감이 넘쳤다.
특히 정선역, 춘천역, 대전역 같은 곳은 각자의 명물 도시락이 있어 일부러 해당 역에서 도시락을 사는 관광객도 많았다. 도시락을 받아들고, 창밖 풍경을 보며 먹는 순간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셈이다. 하지만 고속철도(KTX)의 등장과 함께 정차 시간이 짧아지면서 이런 문화도 급격히 사라졌다. 더불어 식품 위생 규정이 강화되면서 철도공사가 외부 판매를 통제하게 되었고, 역사 도시락은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 지금은 ‘간편식+편의점’ 시대
(키워드: 열차 간식, 편의점 도시락, 무인 판매)
요즘 열차 여행에서는 식당차도, 역사 도시락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간편식과 편의점 도시락이다. KTX, ITX 같은 열차 내부에는 식당차 대신 자동판매기나 무인 간식 매대가 설치되어 있다. 승객은 출발 전에 역사 안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김밥, 컵라면, 샌드위치, 음료수 등을 사서 탑승한다. 예전처럼 정차 중 사먹는 게 아니라, 출발 전에 모두 준비해두는 '사전 소비 구조'로 바뀐 셈이다.
또한 모바일 주문과 배달앱의 등장으로 열차 내 식사가 더욱 편리해졌다. 일부 고속역에서는 출발 전에 예약하면 열차 좌석까지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식당차나 도시락에서 느껴졌던 ‘여행의 낭만’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동 중 식사는 더 이상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간단히 해결해야 할 의무감 있는 행위로 전락해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4. 낭만은 사라졌을까? 식당차의 부활 움직임
(키워드: 관광열차 식당차, 철도 콘텐츠, 기차여행의 낭만)
최근 몇 년 사이, 기차 여행의 낭만을 되살리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코레일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일부 관광열차에 식당차 기능을 부활시켰다. 대표적으로 “서해금빛열차”, “V-train”, “정선 아리랑열차” 등은 지역 특산 도시락과 음료, 수공예 체험이 함께 제공되는 공간을 운영하며 식당차의 기능을 되살리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식사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체험형 관광 콘텐츠로 다시 기획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SNS 세대를 겨냥한 기차 콘텐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커플이나 친구 단위로 기차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한 도시락을 먹으며 사진을 남기고, 짧은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새로운 방식의 ‘열차 먹방’ 문화도 자리잡고 있다. 식당차가 단순한 식사 공간에서, 스토리와 추억을 담는 공간으로 다시 재탄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 여행 자체를 경험으로 소비하려는 MZ세대의 니즈와 맞닿아 있다.
👉 한줄 요약
한때 열차 여행의 상징이던 식당차와 역사 도시락은 사라졌지만, 그 감성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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