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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문화의 시간여행

기념품 판매소가 사라진 이유, 그리고 요즘의 굿즈샵

by 이_뚜뚜 2025. 7. 29.

 

1. 여행지 필수 코스였던 기념품 판매소의 전성기

(키워드: 기념품 판매소, 여행 기념품, 단체 관광)

한때 관광버스가 정차하는 여행지 입구에는 항상 기념품 판매소가 있었다. 사찰 입구, 산 정상, 유원지나 해수욕장 인근에 자리 잡은 이 가게들은 단체 관광 코스의 일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행자들은 관광 후 잠시 들러, 기념으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줄 물건을 고르고 쇼핑을 마무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이 시기의 기념품은 지역명과 날짜가 박힌 나무 이름표, 자갈로 만든 열쇠고리, 민속인형, 수박 껍질로 만든 부채 등 대체로 지역의 특색보다는 대량 생산된 형태가 많았다. 이러한 물건들은 기억을 남긴다는 목적보다는, '여기 다녀왔다'는 인증의 수단에 가까웠다. 당시에는 여행을 다녀온 흔적을 남기기 위해 물리적인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념품 판매소는 여행사와 제휴된 구조 속에서 운영되었고, 상품 판매 금액의 일정 비율이 가이드에게 커미션으로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진짜 필요하지 않아도 '구매가 요구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곤 했다. 점차 여행자들 사이에서 기념품 판매소는 강매와 다름없는 소비 공간으로 인식되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지기 시작했다.

 

기념품 판매소가 사라진 이유, 그리고 요즘의 굿즈샵


2. 자유여행의 확산과 기념품 문화의 해체

(키워드: 자유여행, 기념품 문화 변화, 비물질 기념)

2000년대 중반 이후, 자유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기념품 판매소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개인이 일정과 장소를 직접 선택하는 여행 방식은 더 이상 여행사 추천 판매소에 들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불어, 기념품은 반드시 무언가를 사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여행의 기념 방식이 '소유'에서 '기록'으로 바뀌었다. 폴라로이드 사진,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을 통해 찍은 수많은 이미지,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한 글과 영상은 곧 기억의 저장 수단이 되었다. 이는 여행에서 물건보다 경험, 감정, 순간의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실용성과 디자인 중심의 소비 트렌드는, 단순히 ‘여기 다녀왔다’는 문구가 찍힌 열쇠고리나 컵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쓰레기 되지 않을 기념품'을 원했고, 결국 전통적인 기념품 판매소의 존립 이유 자체가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3. 굿즈샵의 등장: 감성과 취향의 중심으로

(키워드: 굿즈샵, 로컬 브랜드, 디자인 중심)

기념품 판매소가 줄어드는 사이,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여행지 곳곳에 등장했다. 바로 '굿즈샵(Goods Shop)'이다. 굿즈샵은 전통적인 기념품과는 다르게 디자인, 실용성, 감성, 그리고 지역의 문화적 스토리를 담은 상품을 판매한다. 단순히 관광지를 기념하기 위한 제품이 아니라, 누구나 갖고 싶고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장가치 있는 아이템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서울 익선동, 부산 감천문화마을, 전주 한옥마을 등의 거리에는 작은 편집숍 형태의 굿즈샵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 안에서는 로컬 일러스트레이터, 소규모 창작자, 수공예 작가들이 만든 엽서, 에코백, 머그컵, 스티커, 향초 등이 판매된다. 이들 상품은 그 지역의 특색을 담으면서도 스타일리시하고 현대적인 감각을 지녔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굿즈샵은 선물을 위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나를 위한 취향 소비 공간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특히 여행 중 발견한 디자인 굿즈를 구매하는 것은, 그 장소에서의 감정을 보다 섬세하게 기억에 새기는 수단이 된다. 이는 과거의 의무적 기념품 소비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문화다.


4. 기념의 진화: 온라인과 팝업스토어까지

(키워드: 온라인 굿즈, 디지털 기념, 팝업스토어 문화)

기념 소비는 이제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행 중에 꼭 구매하지 않아도, 귀국 후 마음에 남은 장소의 굿즈를 스마트스토어, SNS 기반 브랜드몰, 텀블벅 같은 플랫폼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다. 이는 여행지에서 굳이 무리하게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제공한다.

또한, 최근엔 팝업스토어 형태로 열리는 지역 기념 굿즈샵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제작한 한정판 티셔츠, 노트, 포스터 등을 잠깐 동안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선보이는 식이다. 이는 오히려 굿즈를 매개로 여행지를 기억하게 만드는 '역방향 여행 콘텐츠'로도 기능하고 있다.

기념품은 이제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디자인, 브랜드 스토리, 감정 이입까지 포함된 '경험의 압축 파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우리가 굿즈를 사는 이유는 단지 소유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나의 감정을 간직하고 싶어서다. 이처럼 굿즈는 공간을 넘어서 시간을 저장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줄 요약

전통적인 기념품 판매소는 사라졌지만, 굿즈샵은 감성과 취향을 담은 새로운 기념 문화로 여행자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