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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문화의 시간여행

여권 발급이 어려웠던 시절, 해외여행은 어떻게 했을까?

by 이_뚜뚜 2025. 7. 10.

1.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의 제약과 통제

(키워드: 여권 제한, 해외여행 허가제, 군사정권)

1980년대 이전, 한국에서 해외여행은 꿈같은 일이었다. 정부는 국민의 해외여행을 엄격히 제한했고, 여권 발급은 말 그대로 특권이었다. 일반 국민이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여권을 신청하고도 여러 부처의 심사를 통과해야 했으며, 여행 목적도 엄격히 제한됐다. 그 목적은 대부분 유학, 공무, 친척 방문, 종교 행사 등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관광 목적의 개인 여행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러한 규제는 당시 군사정권의 통제 사회 분위기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국민의 사상이나 외부 정보 접촉을 우려한 정권은 해외 출국을 사회 통제 수단으로 간주했고, 국외로 나가려는 사람들은 신원보증인과 각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특히 젊은 층의 해외 출국은 더 엄격했으며, 병역 미필자나 대학생은 아예 여권 발급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당시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극소수 엘리트에게만 허용된 특권이었다. 해외에서 찍은 사진을 자랑하거나 외국에서 물건을 사 온 사람은 일종의 사회적 상징을 소유한 사람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2. 단체여행으로만 가능했던 '해외관광'

(키워드: 해외 단체여행, 여행사 허가제, 지정된 일정)

1983년, 정부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해외 관광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철저히 관리된 형태였다. '단체관광 허가제'라 불리는 방식으로, 여행사는 정부로부터 일정과 경로를 승인받아야 했고, 그 일정 외의 자유행동은 제한됐다. 개인이 자유롭게 여권을 발급받아 자유여행을 하는 것은 여전히 꿈같은 일이었다.

이 시절의 해외여행은 마치 "훈련된 소풍"처럼 진행됐다. 모든 일정을 가이드가 통제했고, 호텔, 식당, 쇼핑센터까지 미리 정해진 곳만을 방문했다. 일정 중에는 문화체험보다는 기념촬영과 쇼핑이 주된 내용이었고, 현지인과 자유롭게 교류하거나 개별 탐방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이런 여행조차도 '해외에 나갔다'는 자체가 놀라운 경험이었고, 사진 몇 장은 오랫동안 집안 벽에 걸려 있을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3. 여권 발급 완화와 자유여행의 시작

(키워드: 1989년 여행자유화, 여권 자율 발급, 항공여행 붐)

1989년, 한국 정부는 마침내 해외여행 완전 자유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제 누구나, 특별한 사유 없이도 여권을 신청하고,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한국 여행사, 항공사, 숙박업계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일으켰으며, 무엇보다도 일반 국민의 여행 인식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여행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90년대부터는 해외여행이 대중적인 레저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동남아, 유럽으로 가는 패키지여행 상품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으며,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늘어날수록 여행사 경쟁도 치열해졌다. 해외 여행이 더 이상 상류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보통 사람의 특별한 일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여권 발급이 어려웠던 시절, 해외여행은 어떻게 했을까?

 

4. 여권이 상징했던 것: 자유, 신분, 그리고 문화

(키워드: 여권의 의미, 사회적 상징, 해외경험)

여권은 단순한 여행 허가증을 넘어 '개인의 자유와 세계에 대한 접근권'을 상징하는 문서였다. 과거에는 여권을 가진 것만으로도 사회적 지위를 나타냈으며, 여권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세대와, 출입국 도장을 꽉 채운 세대 간의 경험 차이는 '세계화 감각'의 차이로도 이어졌다.

또한,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국내 소비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면세점 쇼핑, 여행자 보험, 환전 문화, 현지 투어 예약 등 수많은 새로운 문화가 자연스럽게 유입됐다. 오늘날의 자유여행은 그 당시 수많은 제약과 싸우며 조금씩 넓혀 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 한줄 요약

과거 해외여행은 여권 발급조차 어려운 '특권'이었지만, 지금의 자유여행 문화는 수십 년간의 규제 완화와 인식 전환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