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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문화의 시간여행

기차 안에서 카드놀이하던 시절과 지금의 넷플릭스 여행

by 이_뚜뚜 2025. 8. 8.

 

1. 모두가 함께 즐기던 기차놀이 문화

(키워드: 기차여행, 카드놀이, 아날로그 여가)

1980~90년대, 장거리 기차여행은 단지 이동 수단이 아니라 ‘여정 자체가 여행의 일부’였다.
KTX가 등장하기 전까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주요한 교통수단이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 이상 걸리는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기차 안에서의 여가를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카드놀이’였다.
포커, 훌라, 고스톱, 카드 뒤집기 게임 등 나이불문,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놀이
친구끼리든 가족끼리든 탁자 없는 좌석에서도 신문지 한 장 깔고 게임을 시작했다.
심지어 낯선 승객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었고,
“이 판 이기면 음료수 쏜다”는 식의 내기도 분위기를 띄우곤 했다.

카드놀이 외에도 사람들은 간식 나눔, 창밖 풍경 맞히기, 유행가 따라 부르기
지금 생각하면 아날로그적이고 정 많은 방식으로 기차 여행의 무료함을 채웠다.
이처럼 여럿이 함께 나누던 여가의 기억은 기차여행의 낭만을 상징하는 요소였다.

 

기차 안에서 카드놀이하던 시절과 지금의 넷플릭스 여행


2. 여가의 디지털화: 혼자만의 기차 시간

(키워드: 디지털 기차여행, 스마트폰, 1인 콘텐츠 소비)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기차 여행의 여가 문화는 빠르게 개인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유튜브, 웹툰, 모바일 게임이 보편화되면서,
이동 시간은 “함께 노는 시간”에서 “각자 보내는 시간”으로 변화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영상 콘텐츠의 소비’다.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등의 OTT 서비스가
고화질 콘텐츠를 기차에서도 스트리밍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지루할 틈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기차 출발 전 미리 에피소드를 다운로드해 두고,
이어폰을 꽂고 드라마 한 시즌을 몰아보는 여행자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로 인해 기차 안의 풍경도 바뀌었다.
예전엔 대화, 웃음소리, 종이 뒤적이는 소리 등이 들렸다면,
지금은 대부분의 승객이 무표정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한다.
‘조용한 기차’가 예전보다 많아졌고,
‘눈 마주치기’도 점점 줄어들었다.


3. 아날로그 여가와 디지털 여가의 공존

(키워드: 여가 문화의 변화, 디지털 격차, 아날로그 복귀)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여가 문화에 대한 향수와 회귀도 존재한다.
일부 여행자들은 ‘노 스크린 데이’나 ‘디지털 디톡스 여행’을 기획하며
기차에서 책을 읽거나 아날로그 게임을 다시 꺼내들기도 한다.

특히 부모 세대는 아이들에게 카드놀이나 단어 게임 같은 전통 놀이를 가르치기도 하고,
관광열차나 특별 테마열차에서는 실제로 아날로그 게임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단지 추억을 회상하는 차원을 넘어,
함께 즐기며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한 회복 욕구로 볼 수 있다.

또한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 중 일부는
기차여행을 ‘레트로 체험’으로 여기며, 과거의 놀이문화에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과 어울리는 경험을 찾는 이들에게
말 한마디, 카드 한 장이 새로운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4. 혼자 즐기는 자유 vs 함께 나누는 기억

(키워드: 1인 문화, 사회적 여가, 여행의 의미 변화)

결국 기차 안에서의 여가는
시대에 따라 ‘공유의 문화’에서 ‘개인의 문화’로 변화해왔다.
디지털 기술은 이동 중 시간을 유용하게 만들었지만,
혼자만의 여행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함께 퍼졌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 프라이버시 중시, 스트레스 회피 등 사회 구조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기차 안에서 주고받는 눈빛, 웃음, 이야기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 진짜 ‘여행의 순간’일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OTT 콘텐츠는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지만,
기차 안에서 누군가와 나눈 유쾌한 대화는 그 순간이 아니면 다시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오늘날의 여행자는 기술을 통한 편리함과 관계의 온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은 효율을, 아날로그는 감정을 남긴다.
그리고 기차는 그 둘을 모두 품을 수 있는 공간이다.


👉 한줄 요약
기차 안 여가는 카드놀이에서 넷플릭스로 변했지만, 진짜 여행의 추억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이 만든다.